동백꽃
문정희
나는 저 가혹한 확신 주의자가 두렵다.
가장 눈부신 순간에
스스로 목을 꺽는
동백꽃을 보라
지상의 어떤 꽃도
그의 아름다움에 속에다
저토록 분명한 소멸을
함께 꽃 피우지는 않았다.
모든 언어를 버리고
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
허공에 한 획을 긋는
단호한 참수
나는 차마 발을 내딛지 못 하겠다
전 존재로 내 지르는
피묻은 외 마디의 시 앞에서
나는 점자를 더듬듯이
절망처럼
난해한 생의 음표를 더듬고 있다.